여행 8일차
아침 10시에 시작하는 졸업식에 가기 위해서 일찍 이러나 목욕을 하고 옷을 입었다.
30분 정도 일찍 나가서 가운과 모자를 수령했다. 생각보다 모자가 컸는지 계속 머리에서 흘러서 블편했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 졸업장 받는데, 머리에서 모자가 떨어질까 손으로 모자를 잡고서 종종걸음을 걷는 나를 발견했다. 하 ㅠㅠ.


영국 졸업식과 한국의 졸업식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해당 학기에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을 대강당에 모아서, 누군가 나와 연설을 하고, 학위 모자의 솔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는 의식?을 한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부모님과 친구에게 꽃을 받고 사진을 찍고 알아서 집에 돌아 갔다.
영국에서는 뭔가 졸업식의 시작이 좀 더 클래식한 것 같았다. 오케스트라가 나와서 식 10분 전 부터 연주를 한다. 그러다 식이 시작되면, 학장과 교수님들이 무슨 왕이 들 법한 봉을 들고서 음악에 맞춰 행차?를 한다. 그 다음 모든 학생들이 앞에 나와서 인사를 하고 졸업장을 받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한번에 졸업하지 않고, 3일에 걸쳐 진행된다. 워낙 국제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졸업식 전에 설문으로 졸업장에 넣을 본인의 이름과 호명할 발음 기호를 따로 받는다. 그리고 본인 민족이나 국가의 전통옷을 가져와 입는 학생들도 많다. 스코틀랜드 남자 전통복을 입는 애도 보았고,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서 와서 몽골 전통복을 입은 친구도 있었다. 중국 치파오, 인도의 사리 등 다양한 전통옷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졸업장 수여가 끝나면다 같이 파티장으로 이동한다. 악단이 나와서 무슨 영국 군인 옷같은 걸 입고서 연주하고 있고, 서버가 위스키를 나눠준다.
아주 단신인 나는 이렇게 서서 이야기 나누는게 싫다. 그냥 좀 다들 앉아서 이야기 하면 안되나, 뭔 그렇게 서서 이야기하고 그러는지... 다리도 아픈데
아무튼 나는 그 파티가 끝날 때까지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찍어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하나 둘 돌아가고 마지막으로 나왔다. 아.. 조금 외롭긴 했다. 하지만, 부모님을 모신 친구들은 극히 일부였다. 영국에 사는 애가 아니라면, 굳이 영국까지 가족을 데리고 온 애들은 별로 없었다.
중국, 인도 이런 애들은 워낙 쪽 수가 많아서, 그런 행사가 끝나도 같이 돌아간다. 중국애들은 딱 중국애들끼리만 모이고, 영국애들도 영국 출신 애들끼리만, 인도도 인도끼리만.... 이도 저도 아닌 나는 조금 외롭긴 했다. 남들은 다 중국인으로 보는데, 정작 중국애들은 안 꺼주고 이런 웃픈 상황은 유학 내내 있었다. 밥먹으러 갈 때, 옷 반납하러 갈 때 굳이 나를 따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좋았던 점이 있다면 끼리끼리만 모이는 애들 사이게서 나도 껴보겠다고 이리 저리 친해지다보니, 두루두루 다 아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3년 전 직장 생활을 할 때, 영국에서 석사를 하고 졸업을 할 것을 상상하지 못했었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 버티다보니 이렇게 1년을 잘 살았구나 뿌듯했다. 그리고 모든게 감사했다. 나의 건강과 성취, 부모님의 안녕과 여기 내가 존재할 수 있음에.
본머스에서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피쉬앤칩스를 사러 갔다. 역시나 영국 음식은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역시나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느낄 맛 자체가 음식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헛웃음을 지으며 그래도 나름. 나름 맛있게 먹었다.
저녁은 한 중국계 말레이시아 친구가 부모님과의 식사에 나와 네팔 친구를 초대했다. 오랜만에 밥같은 밥을 먹었다. 한국에서만 먹던 짜장면과 달리 찐 중국 음식을 먹으니 맛있었다. 이런게 진짜 음식이구나. 호텔 앞까지 태워다 주시기도 했다. 진짜 진짜 감사했다. 나는 이렇게 친절을 배풀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인가 반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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