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6일차
생각보다 웨일즈에 볼 게 없어서 다른 도시로 가기로 급하게 계획을 변경했다.
웨일즈 도시 외곽에도 볼거리가 있었지만, 다 트레킹하는 길이라 혼자 다니기는 무서워 다른 곳에 가기로 했다.
급하게 Bath라는 도시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그리고 로반 바스.대중 목욕탕 관람권과 수도원 관람권 티켓을 구매했다.
바스와 옥스포드, 윈저 영국 도시들 모두 역에서 중심가까지 멀지 않아서 보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역시나 이 동네도 무단횡단이 기본이다. 바스에 도착하자마자 10정도 걸었을까 강가와 교회가 있는 중심 거리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옥스포드가 웅장하고 멋있었다면 윈저는 우아했고, 바스는 아름다웠다.


우리가 아는 목욕을 뜻하는 단어 bath가 이 지역에서 유래한 말이다. 영국 남부에 로마 제국이 점령하고 여기에 대중 목욕탕을 세웠다. 그리고 이곳을 아쿠아 술리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로마인들이 만든 이 도시에 흔적이 아직도 도시 곳곳에 짙게 남아있다. 영국이 아니라 진짜 로마에 온 기분이었다. 도시 어느 곳을 사진으로 찍어도 여행 잡지같은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다. 지질학적으로 이 곳은 온천수가 나오기에 몇 십년 전까지만해도 온천을 즐기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메바에 감염?되어 죽는 사례가 있어 그 후로는 폐업하고 관광지로만 운영한다고 한다.

실제 목욕탕 내부는 한화 5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들여다 볼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도 표값이 포함되어 있어 꽤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웬일로 한국어 가이드가 있어서 좋았다. 보통은 중국 일본만 있는데 말이다.
아직도 유황 냄새가 나는 이 목욕탕은 단순히 씻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당시에 모임의 공간이었다. 지위에 상관없이 모여서 대화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원래는 남녀가 같이 들어갔지만 나중에 관습에 따라 남녀 공간이 분리되었다고 한다. 당시 의사들은 이 온천에서 목욕하는 곳이 건강의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으며, 실제로 환자에게 목욕할 것을 처방하곤 했다고 한다.

또한 미신, 종교적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기도 했는데, 누군가는 저주할 목적으로 금속 파편에 글을 써서 물에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지위 높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 온천을 지원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표석을 만들어 세우기도 했다.
입장료가 꽤나 비싸긴 했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볼거리였다.

로만 바스 목욕탕에서 나와서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다. 목욕탕 옆에 수도원이라니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지만, 로마인들에게는 목욕을 꽤나 신성허게 여겼나 보다. 수도원은 아직도 교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넋이 나가 웅장한 교회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18세기쯤에는 교화 바닥에 열선이 깔려 공기를 데우는 난방시스템이 생겨났다고 한다. 온돌의 나라에서 온 한국인은 그걸 보고 또 반가웠다.
일본 공무원들이 단체로 관광을 왔는지 양복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나도 그 사이에 껴 있으니, 나도 일본인인 줄 알았나보다. 한국인이냐는 질문을 영국에서 단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언제나 중국인? 일본인? 이냐는 질문을 받는데, 케이팝이 잘 나가고 한국 자동차가 잘되고 해도 한국이라는 선택지는 솔직히 이 사람들에게 노출된지 얼마되지 않은 것인가보다.
버블티가 한국꺼인지 안다거나, 한국인도 중국어를 쓰는 줄 안다거나 그런 사람도 있다. 해외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진짜다. 내 나라 한국을 그렇게 욕하는 시민 1이었는데 말이다. 길가다 한국어가 들리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ㅎㅎㅎ
서울에서 살 때 우리 아파트에만 러시아 가족이 2가구나 있었는데, 내가 백인 볼 때 마다 러시아?라고 묻고 다닌다면 기분이 어떨까?
사실 니하오라고 인사하는 게 기분나쁘지 않다. 그래 모를 수 있지 나도 영국인지 프랑스인지 러시아인지 구분 못하니까. 근데 걔네들의 태도다. 길가다 니하오 어쩌구 하는 애들 대부분이 약에 취했다거나, 약간 상태가 거시기하다거나......
왜 남의 나라의 고유한 인삿말을 그렇게 조롱의 의미로 찌걸이나. 내가 중국인은 아니지만, 누군가 내 인삿말을 누군가를 조롱하기 위해 쓴다면 모욕적이라고 느낄 것이가. 아무튼 오늘도 국적을 잃고만 나는 열 받았다. 하지만, 바스 너무 아름다운 도시다.

암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수도원을 보고 아에스크림 집에 가서 럼&레이진 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술에 절여진 건포도 맛이 꽤나 괜찮았다. 얘네는 건포도를 왜이렇게 좋아하나... 신선한 포도가 옛날에 부족했던 걸까? 더 달아서 맛있다 생각하나? 건포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 아이스크림은 맛있었다.
그리고 다시 카디프행 기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숙소는 역이랑 가까운게 장땡이다. 잊지 말자

숙소 주변 몇 키로 반경에는 다 중동 음식점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시켰다. 이탈리아 피자점이었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영국에서 먹음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역시 이탈리아가 맛집이다. 언젠가 유럽은 감자 유럽과 토마토 유럽으로 구분할 수 있다던데 정말이다. 음식은 토마토 유럽에서 먹어야 한다. 감자 먹는 애들은 왜 하나같이 음식에 소금과 후추만 넣는 것인가. 식민지는 그렇게 많이 만들었으면서...왜 음식은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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