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딩에서 옥스포드는 꽤 가까웠다. 한 30분 정도.
옥스퍼드로 가는 기차에 사람이 왜이리 많은지 가는 내내 서서 가야 했다.
옥스퍼드역에 내려 시내로 향하는 길을 잠시 걸었다. 먼저 애쉬몰리언 박물관을 가려고 했으나 중간에 맛있는 냄새가 내 발길을 멈추었다. 매주 열리는 작은 동네 시장이었다. 값싼 야채와 수제 쿠키나 장신구를 팔고 있었고, 한 쪽에서는 푸드트럭과 포장마차가 있었다. 터키,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조지아 등 세계각국의 음식부스들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그 중에 한국 부스도 2개나 있었다.
너무 반가웠지만, 여행와서 한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터키 케밥을 먹었다.
차지키 소스와 양고기, 감자 튀김이 들어간 음식이었다. 나는 전생에 터기 사람이었을까? 냄새난다는 양고기도 나한테는 맛있는 냄새고, 터키 음식의 특유의 짭짤한데, 불향 가득하고, 너무 안 맵고, 안 시고... 아무튼 사랑해요 터기 음식

이렇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옥스퍼드 시내로 발길을 옮겼다. 사실 옥스퍼드는 우리나라 대학교와 달리 커다란 캠퍼스 부지와 주변 상권이 딱 구분되어 있지 않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옥스퍼드 내 칼리지 별로 다른 건물과 연구실이 도시 건물 곳곳에 분산되어 있다.

옥스퍼드 도시 미관은 정말 고전적이다. 마치 내가 중세 도시에 뚝 떨어진 느낌이다. 웨스턴 도서관 보들리안 도서관, 레드클리프 카메라 등...수 세기에 지나온 흔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견고하게 세워진 석조 건축물들이 인상 깊었다. 살면서 한번쯤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장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의 위엄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제국주의를 옹호하는건 아니지만, 이정도쯤 해야 제국이라 하는건가 싶은 그런...느낌. 무슨 느낌인지는 모르겠는데, 도시 자체에 압도당하는 것 같았다.
평일임에도 관광객과 학생들이 뒤섞여 분주했지만, 거대한 교회와 박물관이 이 도시의 공기를 묵직하게 누르고 있는 듯했다.
재학생들은 하버드라고 각인된 후드티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각자의 칼리지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는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런 패딩을 입은 학생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영국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게서 온 국제학생들도 많아보였다.그 학생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 학생들은 어떻게 이 학교에 진학하게 됐을까?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인 사람들일까? 단순히 돈을 떠나 학문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진 사람들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몇몇 옥스퍼드 학생들은 굉장히 클래식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영국 런던과 본머스 길거리에서 보이는 청년들과는 속된 말로 때깔부터가 다르더라.
한국에서 나름 누구나 아는 대학에서 공부했다고 스스로 떳떳했는데,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싶었다. 솔직히 부럽기도 멋있기도 했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여기에 있었구나
옥스퍼드 모든 건물이 베이지색이었다. 그래서 길 찾기가 너무 어렵다. 이 건물이 저 건물이고.. 어질어질하다. 하지만 도시 전경이 너무 아름답다. 처음 목적지였던 박물관에는 3시간을 헤매고 도착했다. 허리와 다리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
대영박물관에서 본 것과 비슷하게 어마무시한 양의 유물이 옥스퍼드 박물관에도 있었다....
박물관 감흥과 별개로 옥스퍼든 참 아름다운 도시다. 오랜 시간 견뎌 온 석조 건물들과 이를 보존하는 문화가 참으로 부럽기도 했다.
박물관에서 오디오 가이드 있냐고 안내원에게 물었는데, 친절한 아주머니가 오디오 가이드는 없지만, 지도는 있다며 2파운드 짜리를 무료로 주셨다.
그러면서 차이나와 재팬 전시관을 2층이라며 콕 짚어 알려주셨다. 그래 이제 놀랍지도 않다. 중국인 또는 일본인이라 생각했겠지. 이제는 뭐 따로 해명도 안 한다. 그냥 중국인이나 일본인 할란다.
박물관은 생각보다 감흥이 없었다. 영국 내의 박물관을 여러개 관람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이구 다른 나라 유물을 많이도 가져왔다. 그래 너 잘랐다 영국아..너 다 해라 다 해..'
레딩에 숙소로 돌아오는 기차 안 우연히 옥스퍼드 재학생 옆자리에 앉았다. 아프리카계 3명의 학생들이었는데, 굳이 이들의 출신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들의 대화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한 남학생이 내 옆자리 앉은 여학생에게 졸업 후에 무엇을 꿈꾸냐고 물었다. 여학생은 짐바브웨에서 왔으며 정치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졸업 후에는 짐바브웨에서 프라임 미니스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남학생들은 여학생에게 '좋은 생각이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건 좋은 선택이다.' 이런 내용으로 화답했다. 그들 3명이 미래를 고민하고 응원하는 그 짧은 대화가 인상깊었다. 미래의 짐바브위 수상과 같은 기차 옆 자리에 탔다는 것에 영광스러웠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오지랍인 것 같아 못 들은 척 했다.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레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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