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십 년이 넘는 동안 연락이 안 되다 용기 내서 연락했고.
친구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만나러 나갔다.
실행력 부족한 나는 항상 '밥 한번 먹자'는 말만 하고, 실천을 못했는데,
친구가 먼저 적극적으로 약속을 만들어서 난 내심 고마웠다.
모임을 앞두고 한평생 소심했던 나는 자꾸만 주저했다.
그 이유는 내가 기억하는 나의 사춘기 시절 모습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만나 무슨 이야길 하지?
지금의 나는 그리 근사하지도 성공하지도 못했는데,친구들이 나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피곤한 생각들로 조금 긴장했었다. 그런 나에 비해 친구들은 너무나 잘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움츠러들었다.
그 친구들도 남모를 상처와 불안으로 힘들었고, 때로는 행복했으며
그 시간을 바탕으로 지금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하며 20대를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의료진으로 누군가는 회사원으로 누군가는 시험준비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위치와 삶에 과정 속에 누군가는 자격지심을 느낄지도 또는 누군가는 우월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본 친구들의 모습은 모두 다 멋있는 어른들이었다.
동시에 이렇게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지만, 막상 모여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때면 '너희 그대로구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교내에서 흔했던 권력 다툼(?), 편 가르기와 같은 복잡하고도 미묘한 사춘기 소녀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말이지 모든 친구들이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음을 알 수 있었다. ㅎㅎ
나를 싫어해서 따돌렸던 친구도 누군가에겐 좋은 친구로 기억되어 있었고.
나에게 좋은 친구였던 사람도 다른 친구에겐 얄미운 이미지로 남아있었고
양아치라고 생각했던 친구도 아픈 가정사를 가진 아이였다.
그때는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가 전부인 줄 알았고, 무리에서 버려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그 시기를 지나 돌아보니, 정말 별 일 아니었구나 싶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미성숙하고, 단단하지 못한 존재였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학창시절 미워했던 친구들을 용서하기로 했다.
모임이 끝나고 기분이 오묘했다.
만나서 반가웠고 서로의 모습이 신기했고 즐거웠지만,
내 안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을 파헤쳐 묵힌 감정들을 들쑤신 것 같은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만나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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