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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석사 유학 [2024]/영국 석사 생활

🖼 본머스의 러셀 꼬뜨 미술관 관람 후기 / Russell Cotes Museum

런던이면 대영박물관과 같은 유서 깊은 장소들이 많겠지만, 본머스와 같은 작은 소도시에는 그렇다 할 장소가 잘 없다.
유일한 미술관인 러셀 꼬뜨 갤러리 및 박물관에 다녀왔다. 박물관이라 하기에는 그냥 저택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안 했다.
본머스 비치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려 언덕을 올라가면 작고 오래된 저택이 보이는데 그게 박물관이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다. 영국에서 본머스는 날이 좋은 편인데, 그래도 비 오는 날이 많다.

여기 오니 진짜 유럽 작은 성에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박물관 테라스에서 바라본 본머스 바닷가

박물관 앞에 꾸며놓은 작은 정원이 있다. 일본식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정원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솔직히 어딜봐서 일본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러셀 박물관은 이전에 러셀 부부의 저택으로 이용되었는데, 부부는 전 세계를 여행 다니며 예술품, 공예품을 수집했다. 그들이 세상을 떠날 때, 이 소유물과 집을 본머스에 기증했다.

그들은 평생 유럽과 러시아 아프리카, 북미, 중미, 중국, 일본을 돌아다니며 여행했다.
(대체 그 자본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


응접실

빅토리아 시대에 살았던 사람인만큼 그들 집에는 그 시대 미감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인상적이었던 흑인 초상화

저택의 벽지와 천장에는 빠짐없이 그림이 그려져 있고 과 장식이 화려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비움의 미학이 반영된 한옥과는 다르게 꽉꽉 채워져 있는 것이 신기했다.

서유럽에서 항상 보이는 대리석 조각과 다르게 흑인 흉상은 처음 봤다. 단 한 번도 흑인 조각상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동양인 조각상도 본 적이 거의 없는 듯.
한국 미술 입시에서도 서양인 조각상을 인체의 기본으로 생각하니까.. 이렇게 하나 더 배웠다.


러셀 가족사진
7명? 정도 자녀를 낳았고, 그중 두 딸은 어릴 때 세상을  등졌다고 한다. 이들의 막내아들의 막내 자녀가 90년대까지 살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1800년 초중반 출생인데, 손자가 1900년대 말까지 살았다는 것

아니 집을 이렇게까지 꾸미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니 뭘 하면 평생 여행만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일까?
화려하고 예쁜데, 난 이런 집에서 살고 싶진 않다. 귀신 이 나올 것 같음 ㅎㅎㅎ... (그냥 신도시 아파트 같은 곳에서 살고 싶은 인간 1)

작고 아담하지만, 안에 전시된 그림들은 결코 적지 않다.

굉장히 동양풍 느낌이 나는 장식들도 많다.
이 부부는 일본에 굉장한 영감을 받았는데, 일본에서 가져온 칼, 갑옷, 서랍, 조각 등을 수집한 것을 볼 수 있다.

굉장히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옷을 입는 남자와 청바지를 입은 남자의 대비가 흥미롭다.

그림도 멋지지만, 천장에서 들어는 알록달록한 햇빛이 더 그림과 공간을 멋지게 만들어 준다.

이 지역은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사는데, 그래서인지, 노부부가 미술관에 정말 많았다. 손을 꼭 잡고 미술관을 걷고, 해변을 걷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그대로 나와서 해변가를 걸었다. 근데 이 절벽에 왜 염소가 있는 걸까...???

날이 좋아서인지, 해변가에 사람이 많다.
유럽인들 사이를 걸을 때면, 무엇인가 동화되지 못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언제까지나 여기선 항상 이방인이 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다니게 된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대할까?,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 생각하게 된다. 조금 피곤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아온 나는 얼마나 편한 삶을 살았는가?
여기서 소수자의 입장이 되어보며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내 인생에 언제 또 영국 시골에서 공부를 하며 해변길을 산책해 볼 수 있을까?
이 시간에 감사하며,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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