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입국 후 내 몸무게 만한 짐짝 2개를 끌고, 코치 버스를 타고 24시간에 걸쳐 본머스에 도착했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 거의 잠도 못 자고 긴장하고 비몽사몽 도착했다.
보통 학교에서 학생들 입국 날짜에 맞춰 픽업 서비스도 있다는데, 여기는 없었다.
런던에서 멀지 않으니, 버스 타고 가는 게 어렵지 않겠다 생각했다.
기숙사만 가면 다 괜찮겠지!!! 피곤하지만 잘 해보자 결심했다!!!!!
.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고, 기숙사에 도착한 나는 충격을 받고 말았다.
커튼은 온통 붉은 물로 얼룩져있었다.
침대 커버 밑에는 왠.... 바퀴벌레 다리 같은.. 조각이 발견됐다.
생각보다 기숙사가 너무나 오래됐고, 부서져 있었다.
영국이니까 유럽이니까 낡은 건물이 많겠지 예상했지만, 이 기숙사 상태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기숙사 상태를 보고 1차 충격을 받고 이제 씻고 좀 진정해야지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하수구에러 물이 넘치고 역류된 물이 카펫까지 흘러갔다. 샴푸칠을 하다 말고, 눈만 겨우 뜬 상태에서 하수구 필터를 꺼냈다.
언제 씻은 건지 모를 부품을 꺼냈는데, 머리카락이 잔뜩 끼어있었다.
심지어 이걸 빼도 더 깊숙이 막혀있어 물이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초록색 물이 계속해서 올라와 냄새만 심해졌다.
심지어 샤워 헤더 상태가 ;;;; 물이 머리 하나 적시지 못할 정도로 질질 나오는데..... 진짜 미친 건가 싶었다.. 물이 모이지 않았다. 그냥 분무기 수준.
결국 세면대에서 가져온 반찬통에 물을 받아서 겨우 머리를 감았다.
카펫에는 대체 누가 살았는지 더러운 얼룩과 곰팡이가 가득했다. 무엇보다 냄새 아니 악취가... 진동했다.
내 추측으론 신발만 신은 게 아니라, 바닥에 뭔가 흘린 게 분명하다.
의자에도 앉기 싫을 만큼 얼룩이 가득했고, 가까이만 가도 냄새가..... 하...(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더 함)
목욕하고 나오면 앞집이 다 보이니, 커튼을 치려고 했는데, 커튼 지지대가 부서져서 이 모양이고.
환풍기는 아예 작동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옆에 달린 간이 전등도 작동하지 않았고
메인 등에는 위층에서 물이 새서 생긴 녹으로 노랗게 변해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1층 프런트로 갔다. 다들 퇴근한 뒤였다. 내가 알기론 24시간 경비라고 알고 있는데, 유일하게 이 기숙사만 일정 시간만 경비가 있으며, 밤과 주말엔 경비가 없다.
아 어떡하지.... 나 이건 받아들일 수가 없어....
거의 울기 직전으로 우물쭈물 대고 있는데
웬 동양인 여자가 내려왔다. 나한테 다짜고짜 중국어 하길래, 난 중국인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기서 도움을 찾고 있다. 했더니,
한국인야? 이러더니 '어차피 학생 기숙사가 그렇지 뭐---' 이러면서 가는 것이다. ㅎㅎ.... 아니 어떤 세상에서 살다 오신 겁니까 대체.
아무튼 하루 이틀이 지나고, 데스크에 가서 컴플레인을 넣었다. 이거 정상 아니라고, 나 이런데 월 100주고 못 산다. 이러니까 고쳐주겠다 했다.
기사 아저씨가 올라오셨고, 하수구랑 샤워헤드, 커튼만 고쳐주셨다. 여기서 더 충격적인 건 하수구를 뚫어뻥?으로 뚫고 나서, 그 머리카락을 변기에 손을 넣어서 씻는 거다.... 하......
그러고 그 손으로 손잡이 침대 커튼까지 다 만지고 나갔다.
커튼 고치겠다고 내 침대에 신발 신고 올라갔고,
샤워헤더 거치대는 내일 설치해 주겠다고 돌아갔지만,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오지 않았다.^^
밥이라도 해 먹어야지 하고, 전자레인지에 밥을 돌리면, 뭔가 주황색 물이 나오길래... 아.. 이전에 누가 빨간 국물류를 돌렸나, 아니면 내 음식에서 나왔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냥 전자레인지에서 나온 녹물이었던 거다. ^^(중금속 그냥 먹으라 이 말이여?)
가장 충격적이었던 세탁실, 이 기숙사에 50, 60명 정도 대학원생이 사는데, 세탁기가 2개, 건조기가 2대밖에 없었다......🤯
인도애들이 세탁기 셰어 하자고 그러면 돈 아
낄 수 있다고 했다... 아니.... 지금 돈이 문제냐고 이 사람들아. 지금 니 팬티를 나랑 같이 빨자는 거냐.
아무튼 60명이 빨래를 하기 때문에 내가 빨 수 있는 시간은 새벽밖에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위생이 말도 안 된다. 진짜 냄새가.... 무슨 하 🤦
아무튼 결론.... 어떻게든 여기서 고쳐 살아보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으나, 냄새와 계속되는 기침 때문에 도저히 하루라도 더 있을 수 없었다.
기침은 날이 추워서라고 정신 승리를 해보았으나, 기숙사 옮기고 바로 괜찮아짐. 그냥 곰팡이 알레르기 같은 거였다.
무엇보다... 세탁을 같이 하는 이 외국 친구들의 위생을 보며.... 빨리 떠야겠다 생각했다.
낯선 땅에 온 것도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는데,
기숙사까지 이러니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고작 일주일이었지만, 한 달처럼 느껴진다.
씻지도 못했고, 잠도 못 잤으며, 혹시나 기숙사를 바꿔주지 않을까 싶어 짐을 늘리지 않으려 아무것도 사지 못해 밥도 제대로 해 먹지 못했다.
어디까지 생각했냐면, 이 기숙사뿐만 아니라 학교도 오만 정이 다 떨어지는 느낌이었고,
기숙사를 바꿔주지 않거나 환불해주지 않으면 학교도 다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와야 하나.? 생각까지 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바퀴다리가 나온 침대에 누워 곰팡이 냄새를 맡고 있자면, 숨이 가빠지는 불안감에 무작정 나가서 걷기도 했다. 너무 속상한 상황인데, 극긴장 상태로 도착해서 너무 충격받은 터라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울기라도 하면 뭔가 진정될 것 같은데, 울고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아 진짜 주거 환경이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
이와 중에 골프공 정도 크기의 거미도 나와서 별 수 없이 때려 잡았다...ㅎ
(벌레 중에서도 거미 젤 극혐하는데, 뭐 별 수 있나 ㅎㅎㅎ영국이 날 참 강하게 만든다.)
나 여기서 1년은 못 살 것 같아.
이 기숙사에 시설 고쳐달라 여러 번 이의제기 했지만 답이 없었다. 직접 말도 했지만, 이메일로 보내라는 답만 얻었다.
그래서 참다못해 유학원에 부탁을 드렸고, 다른 숙소를 찾는 방법을 여쭤보았다.
감사하게도 학교 한국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해주셨고, 한국 담당자가 기숙사에 연락을 했고, 기숙사 회사에서 나에게 연락이 와서 미팅을 했다.
영어 실력도 안되지만, 기숙사 사진을 보여주며, 사정을 설명했고,
그렇게 같은 가격에 훨씬 좋은 시설인 신설 기숙사로 이사했다.
가만히 있으면 바보되기 좋은 곳이니, 내 밥그릇은 내가 기필코 지키자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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