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온 지 일주일이 조금 지났다.
기숙사 일로 매일 눈물을 흘리며 지냈다.
집에 대한 그리운 보다는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눈물이었다.
모든 게 새롭고, 낯설고, 두렵고 풀리지 않는 일들만 줄줄이 일어나는데,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은 자책을 하며 많이 우울했다.
(기숙사 이야기는 차차 해보도록 하겠다. 아직도 완벽히 해결되지는 않았기에)
일주일 밖에 안 됐지만, 체감상 한 달은 된 것 같다.
영국 발음을 따라 하려 노력하지 않았지만, 절로 나오는 어색한 영국 발음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뭐... 그래봤자 짭 영국식 영어라 어디 가서 영국식 영어 한다고 말은 못 하겠다.
수많은 국제학생들을 만나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묻고,
알아듣지 못할 억양을 들으며, 여기에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여기 와서 가장 많이 한 말은 How are you, I'm good, Thank you, Sorry, No It's okay, That's great, Sure 이 정도인 것 같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영수증 필요하니?'인 듯 😂
마트에 가서 장을 볼 영어 실력은 되지만,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는 이야기는 통 못 알아듣겠다.
한 70프로만 알아듣는다. 솔직히 영국 학생들이 하는 말은 더 못 알아먹겠다.
무엇보다 다국적 교수님들이 많아서, 인도, 러시아, 중국 억양을 듣고 있자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국에 와서 본 것들에 대해 아직은 살짝은 편협하고 좁은 식견으로 말해보고자 한다.
영국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들었지만, 그 이상이다.
나는 우리나라 장마철 같은 느낌이라 생각했는데, 아니... 그 이상이다.
약간 3, 4분 단위로 날씨가 변한다. 구름이 움직이는 게 정말 빠르다. 비가 45도 각도로 내린다. 우산 따위 필요 없다. 그냥 맞고 말리는 게 편하다.
비가 그쳐도 비를 계속 맞을 수 있다. 내가 있는 지역은 아주 큰 나무들이 많은데. 비가 그쳐도, 나무에 맺힌 물방울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섬이고 비도 많이 오는데 건조하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건조하다고?
아무리 고보습 로션을 발라도 바로 흡수되고 마치 안 바른 것 같아진다. 내가 건성이긴 한데, 그래서 그런지 손 지문이 아플 정도로 건조하다...
평소 한국에서는 손이 찝찝한 게 싫어서 핸드크림 같은 거 안 바르는데, 여기서는 여러 번 바르고 발라도 흡수되고, 손에 남는 게 없다.🤷♀️
영국 냄새가 난다.
나는 일명 개코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벗으면서 출퇴근할 때 지하철 냄새가 역할 정도로 예민하고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
냄새만으로 재료를 맞출 수 있으며, 장마철 냄새, 겨울 냄새, 감기 냄새, 여러 냄새를 인지할 수 있는 인간인데..... 처음에 여기 도착했을 때, 냄새 때문에 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일단 물에서 바다 냄새가 난다. 여기가 바닷가라 그런지도, 그리고 바람에서도 특유의 냄새가 난다.
사람을 물론이거니와.... 마트에서도, 세제에서도 뭔가 이 사람들 특유의 냄새가 난다.
이전에 교환학생을 했던 홍콩에서도 홍콩 특유의 냄새가 있다고 느꼈는데, 여기는 더 심하게 느껴진다.
+ 인터내셔널 친구들 체취...^^ 그냥 옆에 스쳐만 지나가도 냄새가 하... 강의실에서 진짜 숨을 못 쉴 정도다. 냄새라는 게 익숙해지면 안 맡아지는 게 보통인데, 이 체취는 코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 진짜 좀 심하다.
+그런데! 일주일차 나에게서도 그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음식 때문일까, 마늘 들어간 한식은 아예 안 먹고, 영국 마트에서 산 일반적인 식재료로 샐러드, 고기만 먹었더니... 나한테도 그 냄새가 난다. 무슨 일🤯 그래서 그런가 세제 냄새가 매우 매우 매우 심하다. 다우니 한 트럭 다 부어서 세탁한 듯한 ;;
영국 사람들 그렇게 키가 크지 않다.
나는 한국에서도 여자치고 굉장히 작은 편이다. 그래서 영국에 올 때 좀 무시받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다. 한국에서 워낙 키 작다고 무시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았기에..
근데 여기 사람들 그렇게 키가 크지 않다. 그냥 한국 사람들이랑 비슷한 듯... 평균키는 좀 더 크려나?
근데 작은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워낙 다국적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있겠지만. 유럽인이라고 다 큰 건 아닌가 보다.
여자들은 대부분 한 164? 정도, 남자들은 175 정도?
그냥 한국이랑 비슷하다. 딱히 키가 엄청 큰 거인 같다고 체감하는 건 없다.
하지만, 나는 여기나 한국이나 항상 내가 제일 작다. ㅎㅎㅎ 나보다 작은 사람은 잘 없다 어디든^^
한국 사람들이 진짜 깨끗한 편이다.
중국 고서에 한국인들은 하루에 샤워를 두 번 하며, 씻는 걸 즐겨한다고 적혀있다는데, 진짜 ㄹㅇ 한국인들이 개인위생이나, 도시 위생이나 그냥 겁나게 깨끗한 거다.
그냥 나는 여기서 어느 정도 더러움과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했다.
기숙사 수리하러 온 영국인 아저씨 입에서 하수구 냄새가 났다. 게다가 그 아저씨.... 하수구 막힌 걸 수리하고 그 마개를 변기물에다 씻어버렸다. 손과 함께.
그리고 내 방문 손잡이와 이것저것 만지고 돌아갔다^^
위생이.... 누굴 욕할게 안되잖아 이 영국아
백인은 백인끼리, 인도인은 인도인들끼리, 중국인은 중국인끼리
아무리 다국적이고, 다문화국가라지만, 인종끼리 모여서 유대감을 가지는 건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백인애들은 영국인이건, 동유럽이건, 북유럽이건 서로 친해지려고 하고, 서로에게 매우 열려있지만, 타 인종 애들한테는 좀 경계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근데 뭐 이게 인종차별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인종 애들도 똑같이 그런다.
백인도 아니고, 인도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국인도 아닌 나는 좀 외롭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남들 눈에 중국인
마트에 갔다가 계산하러 줄 서는데, 내 앞에선 중국인 아줌마가 자기 물건 하나를 빼려고 하는 것이다. 제자리에 가져다 놓지 않고 슬쩍 다른 매대에 올려놓자, 캐셔가 아줌마보고 뭐라 뭐라 핀잔을 줬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쟤 왜 저래?'라는 재스쳐로 물어보는데, 마치 내가 저 중국인 아줌마와 일행이라 착각한 것 같았다. 난 모르는 일이라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어쩐지 기분이 영 별로였다.
여기서 모든 사람이 나를 중국인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인이 받는 시선들이 따뜻하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내가 먼저 코리안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나를 중국인으로 상정하고 대하니까. 환대받는 기분은 아니다.
근데 내가 코리안이라고 밝히면, 표정이 밝아지며 친절해지는데, 글쎄.... 이것도 썩...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 그냥 아시안 좀 착하게 봐주면 안 되나 싶은 거다.
중국애들도 나를 중국인으로 대한다. 다짜고짜 만다린과 광둥어로 말을 건다. 영어보다 중국어가 빨리 느는 게 아닐까 싶다.
영국 대학에는 장애인이 많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어떤 행사를 가도, 항상 내 정체성이나, 채식유무, 장애유무에 대해 물어본다. 형식적인 느낌은 아니고, 진짜로 나에게 신체적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지원하겠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 장애인들이 많다.
다리가 아픈 친구, 눈이 안 보이는 친구, 휠체어 탄 친구 등 그냥 특별할 거 없는 학생 한 명으로서
어떠한 불편한 시선을 받지도 않으면서,
평범한 일상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이런 면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도 차차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매너 있다.
물론 어디 가나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은 있다.
그래도 아직 길거리에서 만나 사람들은 친절한 편이다.
여전히 영국 억양은 좀 무섭게 들리지만, 사람들은 매너가 있는 것 같다.
차는 무조건 보행자에게 양보하고,
사람들은 약간이라도 부딪히는 상황이면 쏘리를 입에 달고 살고, 먼저 지나가라고 제스처를 해도 레이디스퍼스트라며 양보하는 게 일상인 그런 느낌
근데 또 성격은 🐕 급하다
차 빵빵거리는 게 부산 저리 가라 급이다.
양보는 잘하는데, 빨리 안 지나가면 바로. 클락션 눌라버리는 성질머리 ㅎ
누가 유럽인들 여유롭다 했냐,.
이 사람들 영국 억양으로 fuxxIng 거릴 때 정말 무섭다... 무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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