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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석사 유학 [2024]/영국 석사 생활

🛫영국행 비행기 안에서 눈물이 터진 이유 (약간의 핀에어 후기)

유학을 결심하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나는 영국으로 출국을 했다. 출국을 앞두고 몇 달 전부터 이유모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울곤 했었다. 그렇게하면 가족들과 공항에서 이별하는 날 조금은 덤덤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전쟁 때문에 배링해와 북극해로 우회하는 비행기 ^^ 고맙다 푸틴! 덕분에 비행기에서 허리도 나가보고 ^^

글쎄..수많은 감정을 예견하고 연습했지만, 출국 심사장 앞에서 나는 또 울고 말았다. 사실 그냥 공항가기 전날 밥을 먹으면서도, 당일에 아침을 먹으면서도, 공항가는 차 안에서도 계속 눈물이 나왔다.

핀에어 기내식 맛있던데...? 누가 맛없다 했냐
물론 난 초중고 급식도 다 맛있었던 인간....맛없는게 대체 뭔대

어느새 이십대 중반이 넘어선 나이인데,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부모님을 떨어져 낯선 타지 생활을 할 생각을 하니 눈물부터 났다. 그냥 아직도 애인가 보다.
눈물의 이유를 딱 한 가지만으로 꼽을 수는 없다. 가족들 못 볼 생각, 낯선 문화권에 대한 두려움, 언어 장벽, 만만치 않은 영국 석사 비용, 그리고 이런 나를 무조건적인 지지만 해주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그리고 이 짧은 석사 유학이 다 끝나고 내가 얻게 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불확실함...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환승하기 위해 도착한 핀란드 반타 국제 공항.. 나는 사실 어려서부터 핀란드를 꼭 가보고 싶었다. 초 6 방학 숙제로 핀란드를 조사했고, 커서 20살이 되면 핀란드를 꼭 가보겠노라 다짐도 했다. 내가 희망했던 대학원도 핀란드에 있었는데, 올해는 학생을 모집하지 않았다.(2년에 한번 뽑는 듯) 여러모로 아쉽게 스쳐 지나가는 핀란드 😭 담에 만나자
여기가 말로만 듣던 무민 나라구나. 그냥 Finland하지말고 Republic of Moomin로 바꾸는 건 어떤지..
배고파서 사먹은 핀란드 요거트...영국 도착하고 보니, 핀란드 정말 깨끗하고 친절하고 젠틀한 것이었다..신사의 나라는 핀란드가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ㅎㅎ


출국 심사장에 들어온 많은 사람 중에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해외에 떨어져 산다는 것이 늘 자유롭고 낭만적인 일만은 아닌가 보다. 감내해야 하고, 견뎌야 하는 수많은 일이 있고, 그 중에 하나가 가족들과 장기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톡이 있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시대라지만, 그럼에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서럽게 다가온다.


히드로 공항에 내려서 본머스까지 생각보다 엄청 멀다.. 버스는 또 왜이렇게 안 와 ㅜ

사실 석사를 앞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 전공을 굳이 영국에서 공부해야 하나, 석사 학위가 필요한 일인가, 졸업하면 뭘 할 것인가, 한국에 돌아오면 20대 후반인데 20대 후반 여자를 환영하는 회사가 있을까, 그러면 영국에서 직장을 잡아야 하나, 그게 가능한 영어 실력은 아닌데 어쩌지, 지금까지 쌓은 몇 줄 되지 않은 경력은 다 소용이 없는 걸까, 고등학교 친구가 결혼을 했다는데 나도 연애를 해야하나, 난 꽤나 성실히 살았는데 좋은 대학도 나왔는데 왜 성과가 없나, 유학인가 도피인가, 이게 맞나...(나는야 슈퍼 대문자 N)
걱정어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걱장해봐야 해결될 것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치 앞이 막막한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그래서 비행기 안에서도 질질 짜고 있다. 뭐 어쪄겠는가...
누가 떠민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일이라 누굴 원망할 길이 없다.
이왕 온거 잘 해보자 뭐 큰 일 나겠는가
내가 한 걱정중에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부모님은 더이상 젊지 않고 나도 더는 어리지 않으니,
내 앞가림은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1년 뒤에 주름이 늘어있을 부모님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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