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학을 결심하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나는 영국으로 출국을 했다. 출국을 앞두고 몇 달 전부터 이유모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울곤 했었다. 그렇게하면 가족들과 공항에서 이별하는 날 조금은 덤덤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글쎄..수많은 감정을 예견하고 연습했지만, 출국 심사장 앞에서 나는 또 울고 말았다. 사실 그냥 공항가기 전날 밥을 먹으면서도, 당일에 아침을 먹으면서도, 공항가는 차 안에서도 계속 눈물이 나왔다.


어느새 이십대 중반이 넘어선 나이인데,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부모님을 떨어져 낯선 타지 생활을 할 생각을 하니 눈물부터 났다. 그냥 아직도 애인가 보다.
눈물의 이유를 딱 한 가지만으로 꼽을 수는 없다. 가족들 못 볼 생각, 낯선 문화권에 대한 두려움, 언어 장벽, 만만치 않은 영국 석사 비용, 그리고 이런 나를 무조건적인 지지만 해주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그리고 이 짧은 석사 유학이 다 끝나고 내가 얻게 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불확실함...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출국 심사장에 들어온 많은 사람 중에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해외에 떨어져 산다는 것이 늘 자유롭고 낭만적인 일만은 아닌가 보다. 감내해야 하고, 견뎌야 하는 수많은 일이 있고, 그 중에 하나가 가족들과 장기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톡이 있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시대라지만, 그럼에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서럽게 다가온다.

사실 석사를 앞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 전공을 굳이 영국에서 공부해야 하나, 석사 학위가 필요한 일인가, 졸업하면 뭘 할 것인가, 한국에 돌아오면 20대 후반인데 20대 후반 여자를 환영하는 회사가 있을까, 그러면 영국에서 직장을 잡아야 하나, 그게 가능한 영어 실력은 아닌데 어쩌지, 지금까지 쌓은 몇 줄 되지 않은 경력은 다 소용이 없는 걸까, 고등학교 친구가 결혼을 했다는데 나도 연애를 해야하나, 난 꽤나 성실히 살았는데 좋은 대학도 나왔는데 왜 성과가 없나, 유학인가 도피인가, 이게 맞나...(나는야 슈퍼 대문자 N)
걱정어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걱장해봐야 해결될 것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치 앞이 막막한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그래서 비행기 안에서도 질질 짜고 있다. 뭐 어쪄겠는가...
누가 떠민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일이라 누굴 원망할 길이 없다.
이왕 온거 잘 해보자 뭐 큰 일 나겠는가
내가 한 걱정중에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부모님은 더이상 젊지 않고 나도 더는 어리지 않으니,
내 앞가림은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1년 뒤에 주름이 늘어있을 부모님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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