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여행이라고 하긴 어렵고, 학교 수업 차 런던에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서 다녀온 것이다.
9월에 런던에 입국할 때, 히드로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본머스에 와서 그런지
런던을 제대로 둘러볼 기회는 없었다.
본머스에 도착했을 때, 너무 노후화된 기숙사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친 탓에, 솔직히 말해 내가 느낀 영국의 첫인상은 너무나 기대 이하였다.
본머스에 도착해 창문을 열었을 때, 훅 불어오는 짭짤하고 비릿한 바다향, 눈살을 찌푸리며 뒤돌아봤을 때 눈앞에 있던 탁구공만 한 거미
서울에서 인천정도의 거리라 생각했던 본머스..ㅎㅎ 훨씬 더 멀다. 서울과 천안 정도의 거리 느낌, 도심 안에서 더 막힌다.
지난주 교수님께서 런던 견학을 계획 중이라고 하셨고, 나는 발 빠르게 신청했다.
나는 맘 같아선 런던 박물관, 미술관 투어를 하고 싶지만, 그건 내 개인적인 바람이고
수업에 일환인지라 '런던 일러스트페어'를 관람해야 했다.
영국에선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 넓은 들판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고속도로를 달릴 때 끊임없이 산을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근데 그보다도 더 인적이 드문 깡 시골 들판이다.


중간에 들린 영국의 휴게소
안에 마트, 약국, 스타벅스나 오락실 같은 거 다 있고 화장실도 시설이 괜찮은 편이다.
영국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소나무가 많다는 것, 물론 종류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한국만큼 소나무가 많은 것 같다.
런던 일러스트 페어
http://www.thelondonillustrationfair.co.uk/
런던 중심부에 있는 양조장을 개조한 건물에서 페어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일러스트 페어는 너무 커서 다 둘러보기도 어려웠는데, 여기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국은 생각보다 작은 게 많다. 뭔가 아기자기한 느낌이 많은 나라인 듯)
https://maps.app.goo.gl/KxuqFvhWTN1spEBq6
The Truman Brewery · London
www.google.com

반가운 건 한국인 작가님이 두 분이나 계신다는 것이다.
인스타툰으로 종종 보고 있는 '김웃' 작가님이 계셔서 너무 반가웠다.


본머스에서 온 시골쥐가 한국인 작가를 보고 너무 반가웠던 나머지, 주책없이 이것저것 물어본 건 아닌가 뒤늦게 후회했다. (그렇지만 백만 년 만에 만난 한국인, 그것도 같은 예술 계통이라서 나 혼자 내적 친밀감 폭발했다...(*T^T)

위의 사진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일러스트 사고 싶었던 건 여러 개였으나, 에코백 1개만 샀다.
15파운드로 싸지 않았지만,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가방이 없는 관계로.. 좋은 소비였다 생각한다.



그 와중에 오징어 게임 일러스트도 봤습니다. 근데 이렇게 로고를 상업 목적으로 써도 되는 건가...? 궁금하네

이건 감자로 찍어낸 일러스트, 참 단순하고 유치해 보이지만, 뭔가 특별한 미감이 있다. 감자 스탬프라니... 너무 영국 스럽지 않은가

본머스에서 아침에 출발할 때만 해도 날씨가 안 좋아서 별 기대 안 했는데, 오늘 런던 날씨는 맑았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페어 관람을 마치고, 중국 인도 친구들과 인도식당에 갔다.
난도 맛있고, 카레고 맛있고, 무엇보다 탄두리 치킨이 맛있었다. 영국에서는 인도음식이 맛있다는 것이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식사를 했던 여기는 런던 동부 Brick Ln 브릭레인이라고 인도 식당으로 유명한 거리다. 1974년에 처음으로 허가를 받은 카레 식당이 문을 열었다.
여기는 '방글라타운'이라고도 불리는 방글라데시계 인구가 많은 편인데, 그래서 남아시아계 카레를 파는 가게가 많아졌다고 한다.
https://cityspice.co/history-of-indian-curry/
History of Indian curry in Bricklane - City Spice
Brits are so crazy about Indian curry. The Chicken Tikka Masala and Lamb chops get most votes usually on top five most popular meals in the whole UK
cityspice.co
밥을 먹고 나와서 빈티지 옷가게에 들어갔다.
약간 우리나라 동묘+동대문 옷가게 느낌이랄까, 근데 그 보다 규모는 더 작은
빈티지는 별 관심 없어서 빠르게 구경하고 나왔다.
빈티지 옷,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좋은 구경이 될 듯하다.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내 눈에는 한국만 눈에 보인다.
길거리에 보이는 로제 포스터.
한국 여자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으로 가득한 중국인 애가 너는 왜 저렇지 않냐며....(내가 로제 같다면 지금 이러고 있겠니?)

하지만 로제 너무 예쁘잖아 (^з^)-☆
우연히 들어간 레코드 상점.
세상 힙한 분위기가 가득한 런던이다.


그 와중에 한국 미신에 관한 책..
오래 살고 볼 일이지, 어딜 가든 한국이 있다. 왜 이러는 거야 국뽕 차게



우연히 들어간 소품샵에서 본 한국의 민화
나 또 동양화과 출신으로서 이런 거 보면 뿌듯해 미치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찍은 런던의 겨울 밤거리
하루 동안 일러스트페어를 보고 인도 카레를 먹고 나니 하루가 다 갔고, 나는 다시 본머스로 돌아가야 했다.
시간과 돈이 여유가 있어서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런던은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대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복잡함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활기참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본머스보다 훨씬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고, 그 역사가 오래되어 자연스러워 보였다.

도시가 오래되어 그런지 길이 굉장히 좁고 교통 체증이 좀 심했다..
하지만 너무너무 아름다웠던 런던
비록 6시간만 머물다 가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석사 1년이 끝나고 나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까
아니면 여기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결국엔 돈이 문제지 💰 💱 💴 💵 💶 💷


아름답다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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