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전 영국에 석사를 공부하기 위해 입국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쯤, 기숙사 후기글을 작성했다.
그야말로 끔찍했던 첫 기숙사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블로그에 토로하곤 했다.
2달이 지난 시점, 이제 3달 차에 막 접어든 시점에서
다시 초기 정착 과정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별 대단한 것을 하지 않고, 과제만 하며, 매 끼니를 챙기느라 분주하게 살고 있다.
아 나 하나 챙기는 게 이렇게나 바쁘다니...
이전에 태국에 엄마와 패키지여행을 간 적이 있다.
패키지 상품중에 스쿠버다이빙이 있었는데,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나는 덥석 그 상품을 구매했다.
8만 원인가...? 꽤나 비쌌던 것 같은데,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가이드의 눈총에 나는 그 체험을 하겠다고 나섰다.
스쿠버다이빙을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검은색 슈트를 입고, 안전을 위한 수신호를 연습했다.
그러고는 무거운 산소통을 등에 짊어졌다.
키가 작고 왜소한 나는 순간 그 가스통을 매자 누군가 나를 땅으로 끌고 내리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물속에 들어라면 환불이 안 됩니다
"물속에 들어가면 환불이 안 됩니다."
가이드는 여러 번 당부했다.
나는 속으로 '당연하지, 누가 그런 결심도 없이 이걸 해?' 생각하며 입수를 기다렸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그게 내가 될 줄은.
가이드와 손을 잡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극한의 공포가 몰려왔다. 입수 전까지만 해도 내 의지로 물속에서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산소통을 조절해야만 수중에서 올라가고 내려갈 수 있는 것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강사는 나의 다급한 수신호를 보고 여러 번 물 밖에 머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줬다. 하지만 빨리 스케줄을 끝내고 싶었는지... 오께이?! 를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더니, 나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숨 쉬는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다 수심 10m으로 들어간 나는 그냥 살고 싶어서 숨을 쉬었다.
더럽게 관리된 수경 때문에 바닷속은 거의 못 봤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앞으로 제3 국가 여행 가서 액티비티는 하지 않기로 했다... o̴̶̷̥᷅⌓o̴̶̷᷄)
아무튼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영국에 입국해서 지금까지의 여정이 태국에서의 스쿠버 다이빙 때 마주한 감정과 비슷한 것 같다.
분명 내 의지로 선택했고, 이 이후에 내가 꿈꾸는 다음이 있고.
내가 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호기롭게 임했다.
막상 영국에 도착해 사소하게 장을 보는 것부터 공부하는 것까지.. 이 물에 더 깊이 들어오고 나서, 나는 크나 큰 두려움을 마주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 숨 쉬는 법을 깨우쳐야 하고, 수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주변에 아름다운 산호초 같은 구경거리가 많지만, 지금 내 살 길이 급해서 눈길을 줄 틈이 없다.
영어, 과제, 인간관계, 집안일로 정신없이 보내고, 밀린 블로그를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쓰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허우적거리며 오늘도 물속에 가라앉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솔직히 돈이 많은 집안도 아니고, 내 의지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가라앉아버리고 말까 봐 불안하다. 머리를 감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시종일관 불안으로 가득하다.
다들 요즘 26,27은 늦은 나이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에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주변과 끝도 없이 비교하며 나 자신이 너무나 늦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무력하게 있을 순 없지... 늦었다면 더 빨리 뛰어야지 뭐
그때 스쿠버다이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산소 통 조절기는 내가 쥐고 있다는 것.
정말 숨을 못 쉬어 힘들다 싶을 땐 물밖으로 머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일도 허우적거리더라도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작년 회사 퇴근길에 노을을 바라보며, 1년 뒤에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원하는 공부는 하고 있을까... 생각했는데,
나는 생각보다 많은 길을 헤쳐왔다., 무료하다 생각됐던 내 상황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드는 중이었구나... 뿌듯하기도 하다.
포기 후에 오는 것은 후회이고
실패 후에 오는 것은 배움이다.
내일 하루도 더 단단하게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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