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유학 오기 전에 가장 두려웠던 부분 중 하나가 인종차별이었다.
유럽 국가 중에 그래도 영국은 아시아계 이민지도 많고, 워낙 다문화 국가라 조금은 덜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이 도시에서 아주 심한, 모욕적인 인종 차별은 겪은 적이 없다. 지나가면서 칭챙총도 들어본 적 없다.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친절하고, 매너 있는 편인 것 같다. 진짜 속내가 뭔지는 몰라도 '쏘리'를 입에 달고 살고, 양보하는 게 일상인 느낌이다. (평소엔 젠틀한데, 운전대만 잡으면 달라지는지, 운전은 굉장히 과격하게 한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경험은 못했지만, 지난주 부츠(영국 약국&올리브영)에서 살짝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계산하려고 줄을 서있는데, 내 앞에 백인 엄마와 딸이 서 있었다. 계산원은 그 백인 모녀와 웃으며 인사를 했다. 세상 따뜻한 말투로 말이다.
감사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와 같은 말로 기분 좋게 인사하는 것을 보았다.
내 차례가 됐고, 난 언제나 그러듯, Hello라고 인사를 하고 물건을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그 점원은 웃음기를 싹 뺀 얼굴로 쳐다보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몇 초 전까지 웃던 점원은 어떻게 그렇게 표정을 빨리 바꿔 정색하는지.... 참... 나는 그러려니 하고 계산을 준비했고, 점원이 내가 고른 비타민 상자의 바코드를 찍었다.
그러고 그 점원은 던지듯 내 앞에 비타민 상자를 툭하고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냥 놓기는 싫었나보다.
아 뭐지..? 내 피해의식인가 싶기도 했지만, 무언가 말로 설명되지 않는 직감이란 게 있지 않은가? 알바 경험상 이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원에게서 무언의 무례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아 여기도 이 정도의 인종차별은 있구나 싶기도 했다. 희롱이나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 정도면 순한 맛 중에서도 순한 맛이지
여기 와서 살아보니, 백인이면서, 모국어가 영어인 것이 얼마나 큰 권력인지 체감한다. 제국주의, 식민주의가 막을 내린 지 오래되지 않았나 싶지만, 사람들의 인식이라는 것은 그 어떤 제도나 법보다도 강력한 것이라, 여전히 특정 인종에 대한 무시와 혐오가 존재한다.
동양인을 보고 혐오, 무시하고 싶은 감정이 든다는 그 사고 회로가 참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경계는 인간의 본능인 걸까 싶기도 했다. 어디에나 인종차별주의자는 있으니까.
이방인이 되고 보니,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오며 나는 이런 소수자의 경험과 목소리에 얼마나 무지했나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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