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졸업 전시가 끝난 시점에 난 한 스타트업으로부터 면접 제안을 받았고, 그 길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주변에선 그래도 1년은 버텨야 물경력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난 그 말을 굳게 믿었고 1년은 버티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다.
직원이 10내외인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 디자이너인 나를 제외한 모두가 개발자였다.
처음엔 UX, UI 디자이너였지만, 1달 뒤엔 '그냥 보이는 건 다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있었고, 6개월 뒤엔 기획자가 되었으며 가끔은 대외 행사도 나가야 했고 원래 직무와는 전혀 다른 일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가는 상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기도 했지만, 도가 지나치니 점점 내 커리어의 정체성이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넋을 놓고 있다가는 UX디자이너도 기획자도 아무것도 되지 못하겠구나 하는 위기감으로 힘들었다. 심지어 사수가 없어 모든한 스스로 배워, 실수를 통해 배워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졸업한 지 1,2년도 되지 않은 UX디자이너였지만,
시각 및 영상 디자인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심지어 일주일 근무시간은 항상 40시간이 훌쩍 넘었고
포괄임금제 계약했던 나는 추가 야근 수당은 기대할 수 없었다.
스트레스로 호르몬 불균형이 오고, 살이 찌고, 소화불량에, 피부가 뒤집어지며..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면서도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그만두면 그 뒤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퇴사하고 일을 쉰다 해도 목적이 뚜렸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 차가 지난 시점에 이직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네이버나 현대나 내로라하는 대기업 공채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현대계열사는 ux팀에서 신입을 1-2명 뽑는다 했고, 지원자 단톡방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래 듣던 대로 대기업 취업의 길은 쉽지 않구나...
Ux에 큰 뜻이 없으니, 간절함이 없었고, 당연히 불합이었다. 큰 기대가 없었기에 그렇게 슬프지도 않았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다음 커리어가 어디가 됐든, Ux를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대학교 1학년때부터 회사생활을 할 때까지 계속됐다.
내가 처음에 디자인을 하고 싶었던 이유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고, 더 커리어가 쌓이기 전에 방향전환이 필요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공부가 필요하구나 생각이 들었으며, 이왕 공부하는 거 학위도 받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넓은 무대에서 일해야겠다는 결심과,
다음 커리어에서는 내 능력이 정당하게 인정받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영국으로 석사 공부를 하러 떠나기로 했다.
(물론 학위가 커리어를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또한 영국이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다른 삶의 방식과 형태들이 존재한다는 걸 겪어보고 싶다.
초과업무가 당연하고 그에 맞는 보수는 없는 것 또한 젊음 와 열정으로 당연시되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다 해서 이게 도피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고 말하고 싶다. 도피를 하고 싶었다면 이 돈으로 당장 비행기를 끊어 여행이나 갔을 것이다.
뭐 하러 고생하며 독학으로 영어 성적 만들고, 포트폴리오 만들고, 면접을 보며 이 고생을 하겠는가.
출국을 앞둔 시점 어쩌면 내가 꿈꾸지 못했을 계획의 밑거름이 된 것이 스타트업에서의 회사생활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좋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등 다양한 업무를 짧은 기간에 경험해 본 시간은 무엇보다도 값지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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